조금은 더운 낮의 열기도 식어가고 분주하게 오가던 사람들의 왕래도 잠잠해지던 늦은 밤.. 조금은 어스름하게 켜놓은 불빛 아래로 병상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칠순이 훌쩍 넘어서인지, 오랜 병고에 시달려서인지.. 오늘따라 더욱 초라하게만 보이는 아버지였습니다. 이제 인생의 여정이 부지불식간에 끝날지도 모르는 초라한 아버지를 바라보며.. 세월의 덧없음과 인간의 무기력함은 내 마음 한켠을 아리움으로 멍들게 만들었습니다. ... ... 어려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유난히도 보폭이 넓어보였던 아버지 무릎이 아파 " 앙앙 " 울면 잠들 때까지 업어주던 아버지 미술대회에서 입상했던 금칠메달을 목에 걸고는 자랑스럽게 우쭐해 하시던 " 조금은 " 철없는 아버지였습니다. 나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천하장사 , 로보트태권브이, 이 세상 제일의 부자 였습니다. 평생을 변변치 않은 자식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늘 분주하고 힘들게만 사셨던 아버지는 한번도 좌절의 모습과 낙담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사업이 망해서 집을 팔고 셋방으로 가면서도 곧 잘될 거라며 큰소리치던 " 뻥쟁이 " 아버지였습니다. 철없던 나는 지켜지지 않는 아버지의 "뻥"과 "큰소리"에 실망을 하며 아버지께 투정대기만 했는데.. ...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속에서도 왜 그리도 " 뻥쟁이" 가 되었는지를 ... 이제는 알겠습니다. 아플때나 힘들때마다 아버지를 보면 마치 구세주를 만난듯 두려움을 잊게 만들었던 나의 아버지가.. 이제는 자신의 몸도 자신이 돌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곁에서 나를 지켜주던 아버지였지만 이젠 병상에 누워.. 자식 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힘 없는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몸이 아파 생사를 다투면서도 막내인 나를 보면 " 이젠 , 살았어 " 하며 힘들게 웃으시는 그런 늙은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세월의 흐름이 이렇습니다. 하늘을 찌를듯한 패기의 청년기를 보내셨던 아버지건만 그 당당함도.. 결국 , 쇠잔해져가는 육체의 부식속에 아무것도 막아낼수 없는 초라한 노인일 뿐입니다. 겉으로 당당하고 능력있는 아버지였지만 당당했던 그 모습 가운데에도 자식은 알수 없는 연약함과 아픔과 눈물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못난 자식 진학에 실패했을 때 충분한 뒷받침을 못해서 그렇게 되었노라며 눈물 짓던 아버지 였습니다 자식을 지켜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픔 자식에게 좋은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픔 능력의 부족을 깨달을때 느끼는 아버지의 그 아픔은.. 아무도 알아낼 수 없습니다. 자식은 아버지의 아픔을 조금만큼도 알아낼 수 없습니다. "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엡6:2-3) 글쓴이:주님생명(05.4.26에 쓴 글입니다)